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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6. 괜찮다. 하루 “여보세요.” “……흐흑…”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의 수술이 끝나고 난 뒤부터 전화만 하면 아내는 울기부터 한다. 멀리서 전화로만 안부를 묻고 있는 나에게 아들에 대한 걱정 말고도 아내의 눈물은 또 다른 그 무엇이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져 온다.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부디 힘을 내 주길. 부디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밥은…?” “어, 먹었네. 잘 먹고 있응께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네.” 겨우 대화는 식사안부와 몇 가지 집에서 해야 할 잔 심부름 정도로 끝이 났다. 전화를 끊고 나니,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들 수술이 끝나고 며칠 후에 곧장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너무 오래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아들 곁에서 해 ..
[대장암 일기] 18. 봄 다시 봄 “날씨도 좋은데, 어디 나갈까?” 아내가 묻는다. “글쎄……어디 가지?” “일산도 좋고, 날씨가 좋으니깐.” 작년 봄, 성치 않았던 몸을 이끌고 아내와 가끔 일산에 가곤 했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나고 화장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매일 집에만 있기 답답해 하던 아내와 나를 위한 외출이었다. 물론 도시락 지참. 힘들게 자동차를 달려 도착한 일산에서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근처를 배회하는 것과 30분 남짓 오락실에서 노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외출도 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것이 불편했을 외출이었지만, 집에만 있던 아내와 나에게 당시에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외출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일산에 갈 생각을 하니 새삼 다시 봄이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나에게 ..
[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 정신적 스트레스 - 두려움으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 - 두려움으로부터 대장암 판정을 받던 날은 이제 인생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별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날 아침의 공기.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가던 그 모습. 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의사선생님께서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당부하던 그 눈빛. 집으로 돌아오던 그 막막함. 참다가 터져버린 울음에 안아주던 아내의 따뜻한 어깨. 1년이 지났지만, 방금 일어난 일 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대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의 공포를 바로 느끼거나 삶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함으로, 그리고 그 막막함은 점점 삶에 대한 막막함으로 번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서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내게 되어버렸죠...
[암환우의 식탁 / 반찬] 4. 멸치볶음 - 부족한 칼슘을 위하여 멸치볶음 -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자 안녕하세요. David Park입니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ㅎ 오늘은 암환우의 식탁 그 네 번째 순서로 멸치볶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뼈도 튼튼하게 해 주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한번 해 놓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좋은 반찬이지요. 우선 준비물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볶음용 멸치마늘꽈리고추볶은깨조선간장물엿(올리고당)견과류 우선, 볶음용 멸치를 준비해 주세요. 꽈리고추는 잘 씻어서 머리와 꼬리를 따신 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손질해 주세요. 마늘은 굵직하게 썰어서 준비를 해 주세요. 준비된 멸치를 먼저 프라이팬에 한번 볶아줍니다. 센불에 볶으시면서 젓가락으로 잘 뒤적거려주셔서 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손으로 만져보셔서 촉촉한 기운이..
[대장암 일기] 17. 방심 방심 “여보세요.” 아내의 핸드폰이 울리고 조심스럽게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몇 마디 나누더니 내 안부를 전화기 너머로 전한다. 내 상태를 알고 걱정하고 있는 그 누군가 일 것이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보다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를 걱정하는 그 누구. 아내는 연신 ‘네’만 반복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말을 전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아내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분, 오라버니가 췌장암 말기였대. 그런데 치료를 다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갔대. 원래는 시한부로 5개월 선고 받았는데, 지금은 5년이 넘게 살아계신대.” 암 판정을 받고 지리산으로 들어가버리셨단다. 그리고 모든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