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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5. 이건 드라마가 아니다 수술 드디어 수술 날 아침이 되었다. 별 다른 걱정 없이 잠든 덕에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술을 집도하시는 의사선생님의 컨디션이 좋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7시 반이 되자 병실이 부산해 지기 시작했다. 수술실로 나를 이동 할 이동식 간이 침대가 병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 다른 설명도 없었고, 별 다른 의료진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의료진이 이동식 간이 침대를 병실 앞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때를 돌아보는 내 기억은 이런 이른 아침을 부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수술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별 걱정이 없다고, 무섭지 않다고 겉..
[대장암 일기] 4. 수술 미처 알지 못했지 나는 한 번도 수술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발바닥에 난 사마귀인지 티눈인지를 뺀다고 국소마취를 해서 그 이상한 녀석을 제거한 게 수술이라면 유일한 수술이다. 수술 전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떠한 절차들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술을 받으면 되는 건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즈음, 간호사가 손바닥 크기만한 연고같은 것을 들고 들어왔다. "환자분, 이거 제모하는 약이니까 지금 하시면 되요. 바르고 나서 5분 있다가 휴지로 닦으시면 됩니다." "...???!!!!" 음모를 포함하여 아랫도리쪽에 있는 모든 털을 이 약을 사용해서 깨끗하게 없애야 한단다.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할 때에 장비가 들어가야 하는 곳에 털이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혼자..
[대장암 일기] 3. 너무 아프다 역치를 넘어서 대장암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장암 수술을 위한 입원을 결정하는 외래에서 뜻밖의 아픔과 마주하게 되었다. 입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진료를 마치던 그때, 의사선생님은 옆에 있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라고 했다. "뭐지...?" 나는 옆으로 돌아 누워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새우자세로 누웠다. 그리고 뭔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을때,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은 이미 위생장갑을 왼손에 끼우시고 계셨고, 간호사는 친절하게 장갑의 검지와 중지에 로션처럼 보이는 무엇인가를 듬뿍 발라주었다. 의사선생님은 오른손으로 내 왼쪽 엉덩이를 최대한 들어올리고 장갑을 낀 왼손으로, 정확히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내 ..
[대장암 일기] 2. 지금부터라도 부모님 "David, 무슨 일이니"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부모님이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 아버지는 담담한 모습이셨고, 어머니 또한 크게 놀란 모습은 아니셨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죄송스러운 마음 외에는 그 어떤 다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평정심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셨다. "어떻게 된거야! David!" 어머니의 울음과 고함으로 시작된 울음은 삽시간에 집안 전체를 집어삼켰다. 오로지 아버지만이 홀로 집안이 울음에 삼켜지지 않도록 기둥처럼 가족들을 달래고 달랬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이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주님, 우리 David 좀 살려주세요!! 주님은 능히 못하는 것이 없으신 분이 아니십니까!" 구구절절히 어머니가 내 손과 아..
[대장암 일기] 1. 뜻밖의 소식 검사 "여보, 나 변을 보는데 피가 나와" 2014년 2월,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예약했다. 간혹 술을 많이 마시거나 매운걸 많이 먹으면 다음 날 간혹 혈변을 볼 때가 있었다. 말이 혈변이지 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고, 그냥 진한 빨간색 피를 쌌다고 하는것이 정확할 것 같다. 간혹 있던 일이기에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12월 부터는 횟수가 좀 잦아졌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찜찜했다. 그런 느낌 후에는 반드시 배가 싸르르 아파왔다. 그리고는 피를 봤다. 정확한 증상은 주변사람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고 그냥 혈변을 봤다고만 이야기 했다. 모두들 '치질'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치질도 아닐 것이라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