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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2018] 구매 후기(2) - 시승은 돈이 들지 않아

SUV인 혼다 파일럿(좌) vs RV인 혼다 오딧세이

 

SUV? RV?

 

 파일럿, 파일럿, 파일럿, ……’

 시승을 다녀 온 이후로 머릿속은 파일럿으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파일럿 유투브를 찾아보고, 카페에 가입하고 이런저런 글들을 보며 장단점을 머릿속 한 가득 집어 넣고 있었습니다. 쏘렌토는 어디로 가버렸죠? 집나간 쏘렌토는 돌아올 줄 모르고, 파일럿에 대한 검색에만 매진했습니다. 그러다가 경쟁차종들이 몇가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포드 익스플로러

 닛산 패스파인더

 

 혼다의 오딧세이와 토요타의 시에나도 물론 비교 대상의 차량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혼다 오딧세이의 경우에는 편의 사양과 2열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 3열이 편하다는 점, 풀체인지가 이제 막 된, 아주 따끈따끈한 차량 이라는 점에서는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죠. 할인률이 낮아 실제 차량 가격이 저희 가계에 맞지 않았습니다. 파일럿이랑 몇백 차이 안난다구요? 그 만큼 파일럿도 구매 목록에 올리기까지 저희 가정의 자금을 짜고 또 짜냈다는 말이겠지요. 어쨌든 오딧세이를 그렇게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나니, 비슷한 급의 시에나와 카니발을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딧세이라는 차를 보고나서는 시에나와 카니발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시에나는 가격이 오딧세이보다는 저렴했지만, 디자인이 개인의 취향에 좀 맞지 않습니다. 편의사양도 많아 보이지 않았구요. 반면에 카니발은 편의사양이 어마어마하고, 가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승차감 문제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고객대응을 보았을 때에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차량에 대한 정보를 수동적으로 기사로만 접했을 때와 차량에 대한 세세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접했을때, 정보의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은 제가 느끼기에는 뭔가 조금 찜찜한 구석을 지우기가 힘들었습니다.

 RV를 구매목록에서 지우고 나니 파일럿의 경쟁차종들에 더욱 집중이 되게 됩니다.

 

 포드 익스플로러

 

 익스플로러?

 

 포드 익스플로러?’

 여보, 포드 익스플로러 라는 차가 있는데, 멋지게 디자인은 진짜 좋네. 편의사양도 좋고

 그래? 확실히 남자들은 저런 디자인을 좋아하나봐, 난 파일럿이 더 좋은거 같은데…”

 

 디자인의 개인의 취향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익스플로러가 더 잘 팔리는 이유가 있겠지요. 파일럿의 매력에서 미처 헤어나오기 전에 알아보게 된 익스플로러는 직접 보기 전 까지는 그냥 디자인이 좋은 차 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는 그 디자인이 정말 너무 많이 매우 몹시 끌렸어요.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주에 쏘렌토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말이죠.

 포드는 영맨들의 느낌부터가 조금 달랐습니다. 뭐랄까

 

 , 왔어? 마음껏 구경해봐 설명은 해줄게. 우리 차 끝내줘

 

 혼다의 영맨은

 

 어서오세요. 혼다입니다.’ 의 느낌이 강했거든요.

 

 어쨌든 그들의 당당함에 몹시 매력을 느끼며 매장에서 익스플로러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익스플로러 하면 라디에이터 그릴이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종 편의사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선루프는 무려 파노라마이고, 3열을 자동으로 접을 수 있고, 발만 까딱거리면 트렁크도 열리고, 전방카메라도 있고, 스포츠모드도 있고요.

 멋지다

 멋집니다. 아아, 이거 사고 싶어요. 파일럿이 안전사양도 더 좋고, 승차감도 좋고, 엔진도 더 좋은것 같고, 좌석도 넓고 하지만 익스를 사고싶습니다. 시승도 안해봤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시승신청을 합니다. 이제는 무슨 예약도 안합니다. 당일에 바로 근처에서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시승을 하러 갑니다. 역시나,

 왔니, 잠깐 기다려봐, 곧 설명해 줄게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기분나쁜게 아니라 뭔가 쿨한느낌의 그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차량을 설명해 주기 시작합니다. 이미 한번 들었던 터라 별로 궁금한건 많이 없습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어요. 제 눈은 하얀색 전시차량의 구석구석을 훑고 있습니다. 멋지다고 생각하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어요.

 

 , 그럼 시승하러 가 보시죠.”

 

 이 말만 또렷하게 들은 것 같아요. 차 타보러 왔으니까요.

 시승은 거의 대부분이 비슷할텐데 2.3 에코부스트 모델로 해 놓아서 3.5 엔진으로 비교를 하고 싶었던 저의 계획은 뜻대로 흘러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익스플로러를 경험하고 결론은 내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일단 차가 편합니다. 시트는 파일럿 보다 편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엔진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립니다. 2.3 터보 에코부스트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슬리는 엔진소리는 아니고, 뭔가 좋은 엔진소리에요. 남성적인? 시끄럽다는 느낌은 아니었구요. 사이드 미러는 파일럿 보다는 좀 더 작은 감이 없지 않지만, 파일럿보다 조금 더 광각스럽지 않나싶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제게 영향을 준 사항은 서스펜션이었어요. 서스펜션은 좋긴 좋습니다. 하지만 파일럿과 비교했을 때에 익스플로러는 그냥 SUV중에 승차감 좋은 SUV를 타는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파일럿은 중형 이상의 세단 느낌이었거든요. 소나타와 그랜져 정도 차이정도 난다고 생각했어요. 파일럿이 대형 세단 느낌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둘의 차이가 저정도 난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의 한마디도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죠.

 

 “2열이 확실히 파일럿이 커

 

 좌석 공간확보 측면에서 보자면 큰 차이가 없겠지만, 2열의 좌우 넓이로 보자면 파일럿이 우세할 듯 싶습니다. 2열 가운데가 위로 툭 튀어나와있지 않을 파일럿의 디자인도 큰 기여를 하고 있구요. 익스플로러 영맨은 그 만큼 문이 두꺼워서 더 안전하게 설계되어서 그렇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 평가의 결과로 보았을때는 동의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익스플로러는 마음에 묻고 리스트의 2위에 이름을 올려두게 되었습니다.

 

푸조 5008

 구해줘, 푸조!

 

 사실 5천만원이 넘는 대형 SUV를 장만하는게 금액적으로 너무 부담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도 키워야 하는데, 차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여유자금이 부족하게 되면 안되지 않을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그래서 검색대에 걸려든 SUV가 한대 있습니다.

 푸조 5008’!!!!

 4천만원대에요. 무려 신형이에요. 일본차도 아니라서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겠죠?

 

 오늘 시승 되나요?”

 

 된답니다. 역시나 상대적으로 인기없는 수입SUV의 시승은 이렇게나 쉬운 것일까요. 당장에 달려가서 시승을 해 보기로 합니다. 가는 길에 두돌이 조금 안된 아이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안은 채로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소파에 재우고 딜러분의 설명도 듣기 전에 저희 부부는 차량으로 직진했습니다. 트렁크도 열어보고 앉아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구경을 하는 와중에 취향과 어긋나는 몇가지를 먼저 발견하고 맙니다. 툭 튀어나와있는 센터페시아. 상대적으로 작은 핸들. 조악하다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은 3열 시트. 그래도 차는 운전을 하게 되면 그 빛을 발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는 잠깐 직원분들께 맡기고 시승을 해 보기로 합니다. 아이가 깨어나기 전에 돌아와야합니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D로 놓고 출발합니다. 300미터쯤 가서 우회전을 하면 본격적으로 속도를 좀 낼 수 있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네요.

 

 아이가 깼는데, 달래지지를 않네요

 , 바로 돌아갈게요.”

 

 10분 정도의 코스를 5분도 안되는 코스로 바꿔서 시승을 마쳐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은 대충 경험한 듯 합니다. 작은 핸들에서 오는 장난감같은 운전 조작성.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엔진소음. 차가 가벼운듯 하기도 하고, 도로의 충격을 잘 컨트롤 해 주지 못했던 서스펜션. 다시 말해서 승차감은 좋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3열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할만큼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치 간이의자 같았어요.

 이러한 정보들을 머리와 몸에 기억시킨 채 매장으로 복귀했더니, 아이가 여직원의 품에 안겨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네요. 아이도 달랠 겸 들어가서 마저 설명 듣고 인사드린 후에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얘가 3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