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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2018] 구매 후기(1) - 만남의 시작

혼다 파일럿

 

파일럿 뭣도 모르고

 

 3년 전쯤 이었을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주말 하릴없이 방구석을 와이프와 뒹굴다가 가까운 아울렛으로 바람을 쐬러 갔습니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혼다 차량 홍보를 하고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혼다는 저에게 그냥 비싼 외제차, 일본차 정도였습니다. 엄두를 낼 만한 차량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냥 운전석에 앉아보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트렁크를 열어보고

 

 차 좋네

 

 라고 막연히 생각만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그냥 와이프한테 이야기 했죠.

 

 나 이거 사줘

 

사실 그 때 제가 뭘 봤는지, 어떠한 점이 좋았었는지 아직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막연히 큰 차이고, 외제차라는 생각에 차에는 1도 관심없었던 제가 허세와 객기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이렇게 파일럿과는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둘째, 큰차, SUV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전, 우연히 해 본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두 줄이 간 것을 보여주며 눈을 흘기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 부부 모두 고대하던 둘째였지만, 조금은 갑작스럽게 알게되어 적잖이 당황을 했었나 봅니다. 어쨌든 그렇게 둘째 알콩이는 감사하게도 저희 부부를 찾아와 주었고, 그 계기로 차를 바꿔야겠다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두 살 터울이기 때문에 둘다 큰 카시트를 당분간은 할 수 밖에 없고, 유모차도 두 개를 싣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아반떼로는 감당이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큰 차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뒷자리에 카시트 2개를 놓고 와이프가 가운데 앉아서 가는 상상을 시작했습니다.

 

 넓은 차라면 가능할거야

 

 중형 세단 정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우리의 상상이 현실화 될 수 있는지 검색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비좁게 하고 멀리는 못가겠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리의 조합은 절대 아닌 것이었죠. 그냥 꾸깃꾸깃 구겨 넣으면 갈 수는 있을텐데, 가운데 앉게 되는 사람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SUV !!!’

 

 SUV는 당연히 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죠. 그 중에서도 3열이 가능한 7인승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소렌토, 산타페, 카니발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뉴 쏘렌토가 가장 최근 풀체인지 되었던 터라서 올뉴쏘렌토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3년 전, 그저 머릿속으로 기억만 간간히 하고 있었던 이름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파일럿

 

 

어차피 쏘렌토 아니겠어?

 

2018 올뉴 쏘렌토

 

 어차피 차는 쏘렌토로 사게 될 모양이었으니, 그냥 이 참에 핑계거리를 대고 파일럿 시승만이라고 해 보고 싶었습니다. 돈 드는것도 아니니까요. 나름 돈을 쓰지 않기 위한 저만의 전략을 조금 세웠습니다.

 좋은 차를 먼저 타고, 쏘렌토를 나중에 시승하면 먼저 시승한 차의 기억은 희미해져서

 

 그래도 쏘렌토 정도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혼다 매장에 전화를 걸어 당장에 시승을 문의했는데, 바로 시승이 된다는 겁니다. 외제차는 시승 예약하면 시간이 오래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된다니!!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예약하고 시승하러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기억 속 저 멀리 저장되어있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죠.

 

 두둥~!’

 

 그 모습을 보자마자 뭔가 효과음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기억 속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모습보다 훨씬 멋있었어요. 그리고 훨씬 컸어요.

 그리고, 훨씬 비쌌어요.

 여기저기 와이프랑 차를 살펴보고, 운전석에 앉아보고, 2열에도 앉아보고, 트렁크도 열어보며 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차가 좀 크긴 한데, 정말 좋더군요. 아마도 2010년식 아반떼를 타다가 저런 수입차를 보면 그냥 좋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8년 이라는 시간이 지난대다, 크기도 엄청 차이나고, 무려 수입 SUV이거든요.

 딜러님의 안내에 따라 이제 시승을 해 보면 됩니다. 난생 처음 수입차를 운전해 봅니다. 긴장이 너무 됩니다. 사고는 안나겠지. 사고나도 나한테 뭐라 하지 않겠지.

 운전을 시작하고 느낀 것은 차가 굉장히 부드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승을 해 본적이 없어서 2010년형 아반떼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차가 너무 좋았겠죠? 이 때까지는 모든 수입SUV의 느낌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딜러님이 뭐라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느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차가 좋았어요. 너무요.

 파일럿 시승을 끝내고 아내의 권유대로 CR-V도 시승을 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것도 바로 된다고 합니다. 수입차 시승이 별거 아니네요. 인기가 없어 사람들이 안찾아서 바로바로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렵지 않았어요. CR-V 시승으로 이제 파일럿의 장점을 알아가는 첫번째 계기가 됩니다. 승차감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엔진소음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서스펜션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파일럿이 크다는 것도 알았죠. CR-V도 좋은 차였습니다. 이후에 타 보게 된 쏘렌토보다도 승차감은 훨씬 좋았습니다. 엔진 반응도 좋았고요.

 두 차의 시승을 마치고 이것저것 조건을 들었지만, 당장 계약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충 흘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쏘렌토는 잊혀졌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CR-V와 파일럿 이야기만 했어요. 그리고 집에 거의 다다라서야 겨우 쏘렌토를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죠.

 

 , 이럴줄 알았지. 이제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질거야, 다음 주에는 계획대로 쏘렌토 시승을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