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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Photography

사진이야기 - 6. 렌즈의 종류와 선택

렌즈의 종류와 선택



카메라의 선택은 정말 힘든 일이죠. 그런데 렌즈를 선택하는 과정에 비하면 카메라를 선택하는 일은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 사진을 담는 것은 카메라 이지만, 카메라의 눈은 바로 렌즈거든요. 렌즈를 선택할 때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여기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렌즈를 선택할 때에 고려해야 할 첫번째는 바로 작업환경입니다. 본인이 촬영하는 환경이 실내인지 아니면 실외인지, 피사체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고 렌즈도 구매하다 보면, 인물도 잘 찍고 싶고 풍경도 잘 촬영하고 싶고 정물 촬영에도 부족함이 없는 사진가가 되기를 원하죠. 그러나 우리는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 사진촬영을 시작 했을 때에는 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 싶은 마음에 14mm 광각부터 200mm 망원까지 모두 구성했거든요. 하지만, 인물촬영을 할 일은 드물었고, 풍경사진은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광각 영역대의 렌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팔아버렸습니다. 지금도 제가 가지고 있는 렌즈 중에서 24미리의 단렌즈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본인의 촬영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주로 사용하게 될 렌즈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진을 막 시작했으니 내가 어떤 렌즈를 주로 사용하게 될지 잘 모르죠. 그러니 본인의 작업 환경을 제 1순위로 고려해야 합니다. 본인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스타일인데 야외를 본인의 주 작업 환경으로 설정한다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줄여버리는 셈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주 작업환경을 잘 파악하고 렌즈를 구성해야 합니다. 야외에서 넓은 풍경을 찍는 것이 자신의 작업환경과 맞아 떨어진다면 광각렌즈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실내 촬영이 위주라면 광각에서 표준 영역인 35-50미리의 화각대로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야외에서 인물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렌즈군 구성에 대한 제 생각이 일반적인 의견과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조금 뒤로 미뤄놓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로 고려해야할 사항은 바로 ‘피사체’입니다. 내가 촬영하는 피사체가 인물인지 풍경인지 정물인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사체가 정적인지 아니면 동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렌즈마다 초점을 잡는 속도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보통 단렌즈의 경우에는 초점을 잡는 속도가 줌렌즈 보다 빠르지 않습니다. 피사체의 움직임이 많고 빠르다면 초점을 잡아내는 속도가 빠른 렌즈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겠죠. 하지만 주로 촬영하는 피사체가 움직임이 많지 않고, 빠르지 않다면 초점속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에요.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본인의 촬영에 어떠한 제약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피사체에 마음 껏 다가가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면 망원렌즈로 거리에 대한 제약을 줄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발빠르게 피사체에 근접하거나 거리를 두기 어렵다면 줌렌즈를 고려해봐야겠죠. 작업 환경이 어둡고 다른 광량을 추가하기 어렵다면 밝기가 밝은 렌즈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요. 많은 제약이 있고 이 것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지만, 본인이 처해있는 혹은 처하게 될 제약에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제 뒤로 미뤄두었던 야외에서 인물촬영을 위한 렌즈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죠. 야외라고 한정 지을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망원렌즈까지 이 영역에 포함을 시키기 위해서는 야외도 염두에 두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흔히 인물촬영이라고 하면 망원렌즈를 떠올리게 됩니다. 공식처럼 굳어진  인물=85미리 이상의 광각 이라는 관념은 괜히 나온 것은 아닙니다. 피사체인 인물이 카메라와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클로즈업 촬영을 할 수 있는 화각을 85미리 이상의 렌즈가 제공해 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인물과 더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면 그 이하의 화각으로도 충분히 인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사실 멀리서 촬영한다고 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우리가 보통 망원렌즈를 인물에 사용하게 되는 것은 배경과 인물을 잘 분리해 냄으로써 인물에 좀 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이유가 큽니다. 망원렌즈 일 수록 배경을 더 잘 압축할 수 있고, 이렇게 이루어 진 아웃포커싱은 인물을 보다 더 확실하게 배경과 분리해 내죠. 그런데 동일한 클로즈업 인물컷을 50미리로 찍은 사진과 200미리 렌즈로 촬영한 결과물이  지금 우리가 취미로 사진을 하는 데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50미리 이상의 렌즈에서는 렌즈의 왜곡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점영역 이외의 영역에 대한 압축률이 높은 것 외에는 크게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35미리 이하로 화각을 넓히게 되면, 렌즈가 주는 왜곡에 의한 이미지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보이는 것을 결과물로 만들어 주지 않고 어느 정도 과장시키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환기를 시켜주게 되는 것이죠. 눈높이에서 찍는 사진보다 로우 앵글이나 하이앵글이 동일한 환경에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도 바로 이런 과장 때문입니다. 어쨋든, 인물을 촬영하는 데에 있어서 무조건 망원렌즈로 촬영해야한다는 공식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러한 공식을 주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카메라는 추천을 못했지만, 렌즈는 하나 추천을 해 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사진을 처음 찍으시는 분이거나 아니면 사진이 늘지 않아서 정체를 겪고 계신 분이라면 35미리 렌즈로 촬영해 보실 것을 권장해 드리고 싶네요. 피사체가 너무 먼 것 같으면 한 발짝 다가가서 찍어 보시고, 피사체가 너무 가깝다면 조금 멀리 떨어져 보기도 하면서 이미지를 보다 동적으로 촬영해 보시면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본인이 촬영을 많이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본인의 제약, 작업환경, 피사체의 성격등을 고려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고 과한 부분은 덜어내는 방향으로 렌즈를 구성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렌즈로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100% 나에게 맞는 렌즈를 찾으려고 하지 마시고,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을 줄였다면 ‘촬영’에 보다 더 중점을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촬영이 목적이지 장비를 갖추는 것이 목적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