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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Photography

사진이야기 - 1.취미로 사진 시작하기

취미로 사진 시작하기

 

10년 정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취미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2002년에 처음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 때는 디지털 사진 보다는 필름사진이 조금 더 각광을 받고 있을 때였죠.




Kodak, Fuji 등 필름회사들에서도 각종 필름들을 경쟁적으로 내 놓았고, 수 많은 팬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사실 그 무렵에도 크게 각광받지는 못했더라도 성장하고는 있었습니다. 다만, 그 때의 문제는 카메라가 담아 낼 수 있는 이미지의 품질, 그것을 보여주는 컴퓨터가 표현 할 수 있는 이미지의 품질, 디지털 인화장비로 인화를 했을 때 이미지의 품질. 다시 말해서 결과물의 품질이 문제였죠. 당시의 디지털 카메라의 결과물이 아날로그의 품질을 따라가려면 무지막지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이미지의 품질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큰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때에는 훨씬 격차가 심했죠.

2002년에 처음으로 갖게 된 제 카메라는 Nikon FM10 이었습니다.


<Nikon FM10>

 

당시에 수동 혹은 반 자동 바디 중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것은 Nikon FM2 라는 제품이었습니다만, 저에게는 그걸 살 만한 돈이 없었어요. FM10은 완전 수동이고 Compact한 카메라였어요.

 

, 제가 왜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빠뜨렸네요.

 

예전에는 무슨 자기소개 같은 걸 쓸 때에 취미를 꼭 쓰게 되어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 전 마땅한 취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맨날 적었던 게 음악감상’, ‘영화보기’, ‘축구’, ‘노래 부르기뭐 이런 것들이었죠. 생각해 보면 저런 것 들도 제가 취미로 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심심할 때 하는 것들이지 저런 것들을 좀 시간을 들여서 파 본다거나 한 적은 없거든요. 그냥 저런 것들이 취미라면 밥 먹기, 물 마시기, 호흡하기, 밤에 잠자기 같은 것들도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좀 하나를 전문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취미로 삼으면 좋을 것들을 나열했어요. 사진 찍기, 글쓰기, 축구, 등등 나열해 보았는데. 그냥 사진 찍기가 어린 마음에 뭔가 좀 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같은 과에 사진을 먼저 찍기 시작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찍어서 보여준 배경이 날라가고 피사체에만 초점이 맞은 그 사진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도서관에서 그걸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데, 후배가 친구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해 주는 사진이었는데, 현장감도 너무 좋고 저에게는 정말 너무 좋아 보였어요. 그 사진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서 떠나지를 않네요. 여하튼 그렇게 별 것 아닌 이유로

 

사진을 내 취미로 삼아야지!

 

결심하게 됩니다. 되돌아 보면 인생에 있어서 무슨 중요한 결정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같아요.

 

이제 제 첫 카메라 이야기를 다시 해 볼까요?

 

카메라를 정하고 나서는 남대문 카메라 상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어요. 수중에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데, 저 걸 대학생의 돈으로 사려니 만만치 않았어요. 렌즈도 사야 되고 필름도 사야 되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본가에 내려가서, 그때 왜 제가 장롱을 뒤지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장롱을 우연히 뒤지다가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옛날 카메라 한 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버지한테 좀 써도 되냐고 물어봤죠. 아버지는 쓰려면 써라, 그런데 오래되어서 고쳐야 할 거다. 알겠습니다. 하고 바로 가지고 와서는 남대문에 중고로 팔아버립니다. 인생에서 정말 후회되는 일 중 하나를 저렇게 철딱서니 없이 저질러 버렸어요. 그리고 제 수중에 있던 돈 몇 푼을 더해서 Nikon FM10을 구매했습니다. 렌즈랑 뭐 삼각대랑 이것저것 같이 샀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남대문 상가 아저씨의 호구 패키지로 구매를 한 듯 하네요. 그리고 나름 거액을 들였기 때문에 이걸 놓지 말자고 결심을 하고 지금까지 이 취미생활을 이어오고 있죠.

 

여기까지가 제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르시겠죠. ,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크게는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취미를 찾으시려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후보 중에 사진 찍기를 후보로 올려두신 분이시라면 이게 참 중요할 거에요. 무슨 일을 할 때 우린 명분이 필요하잖아요?

 

넌 왜 사진 찍어?’

 

사진기를 들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어디를 쏘다니거나, 내가 찍은 사진을 좀 보여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물어봅니다.

 


멋진 풍경들을 간직하고 보여주고 싶어

 


순간 순간을 기록해 보고 싶어

 

남들 사진 찍어주고 그 사진을 주면 사람들이 좋아해(이 사진을 갈매기가 좋아합니다.;;)

 

사진을 왜 찍느냐에 대한 답은 지금도 찾기 어려워요. 하지만,

 

넌 왜 사진 찍는 걸 취미로 시작했어?’

 

라고 질문을 좀 바꿔본다면,

 

멋있어 보이지 않아?’

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물론 그 무렵의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을 되돌아 본다면, 정말 하나도 멋있지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