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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대장암일기

[대장암 일기] 22. 5년

5년.


5년 전 나는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5년 전 나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암담했던 그 시절을 지나,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그 시절을 돌아


그 무언가를 위해 애쓰지 말고, 그저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아둥바둥 발버둥치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하자고 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모든 아픔들과 고통, 두려움들이 기억 저 멀리 날아가버렸는지


익숙해진 눈물과 두려움들이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환자이지만, 마치 그 고통을 모두 이겨내버린 슈퍼맨인것 처럼.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사람인 것 처럼.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이제 더 이상은 아파서는 안되는 사람.


그래도 지금 그런 존재가 되어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직도 스트레스가 몰려올때면 두려움은 배가 되어 날아든다.


손발이 저릿저릿하고, 속이 메스껍다.


내가 아팠던건 정말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5년전 내가 내 고통의 원인이었다고 확신했던 스트레스들의 순간들.


내가 탓할 수 있는 건 오직 그것들 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되는 무슨 고귀한 존재여야한다고 믿기 때문인걸까?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 순간을 겨우겨우 넘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숱한 위로를 받고나면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아직도 너무 겁이 난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하루가 지나가봤으면 좋겠다.


빨리 누가 '자 이제 끝났어'라고 이야기 해 줬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신경써도 돼,


다 끝났어.


고생했다.


"절대 끝나지 않아"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가 더 중요해"

"더 잘 살아야지"


아마 절대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절대 끝나지 않을 싸움.


끝낼 수 있지만 끝낼 수 없는 싸움.


겁이 나지만 그래도 겁을 내어서는 안되는 긴 여정.


시간이 지날 수록 무거워진다.


그러나 절대 내려놓을 수 없다.


다 내려놓고 그냥 펑펑 울어보고싶다.






5년동안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5년동안 옆에서 울고, 웃어주고, 위로해 주고, 스트레스를 삼켜가며 온전히 저를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긴 여정이 끝나고 웃으며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5년 동안 제가 당신들을 위로해 준 적은 한번도 없었네요.


지금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또 언제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요.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드리지 못했던 부모님.


5년 동안 내색도 못하고 뒤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을 우리 누님.


5년 동안 아픈놈 한테 딸 뺏기고도 탓도 제대로 못해 속 끓였을 우리 장모님.


5년 동안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매형과 형님, 그리고 처형.


5년 동안 한결같이 걱정해준 드래곤볼.


5년 동안 안부 물어가며 형 같지도 않은 형 챙기느라 고생했을 종민이(그리고 현지)


그리고 5년 동안 그 어떤 말로도 감사를 표현하지 못할 나의 아내 소영씨.


정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