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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3. 선택의 문제 - 자연치료와 항암

선택의 문제

 - 자연치료와 항암

 

 대장암 수술 후에 의사선생님께서는 항암을 권유하셨습니다. 대장암이 2기정도로 병기가 높지 않아 웬만해서는 항암치료를 잘 하지 않지만, 나이가 젊으니 항암치료를 해서 혹시 모를 재발과 몸 안에 남아있을 암세포를 줄이자는 취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항암치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고, 그 고통의 크기또한 가늠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전적으로 의사선생님의 말에 따랐듯이, 항암치료 역시 의사선생님의 말에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고 따랐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총 6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병기가 높으신 분들이 받는 양 보다 항암제의 투여량이 적어서 항암제 부작용은 그나마 적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심으로 인한 식욕감퇴와 탈모, 피부발진, 가려움, 구토, 구내염 등 각종 부작용들은 충분히 고통스러운 것들이었습니다.

 

 항암치료가 다 끝나고 지인의 소개로 췌장암환우협회 모임에 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모임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암'과 '생존'에 대한 생각을 모조리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곳의 사람들은 당장 내일도 장담할 수 없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에 나오신 분들이 택한 방법은 '자연치료' 였습니다. 방송이나 각종 매체등을 통해서 전파되는 것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항암제보다는 자연치료를 더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항암치료를 받고 지금까지 살아있고(물론 병기도 높지 않고 대장암의 예우가 좋기는 합니다만), 자연치료를 하고 계신분들 중에서도 생존해 계신분들이 많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암의 진행을 막지 못하거나 혹은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으신 분들도 계시고, 자연치료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그 목숨을 보장받지 못하고 내려놓으신 분들의 수도 많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시장에서 어떤 물건을 고르는 일이라면, 시행착오를 거쳐 본인이 원하는 '생존'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는 물건을 고를 수 있겠습니다만, 암환자에게 치료법의 선택이라는 것은 생사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사를 결정짓는 문제를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1. 암환자의 적 - 카더라]에서 다룬 바 있듯이, 우리는 스스로 공부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달콤하고 '그럴듯한'말에 쉽게 넘어갑니다. 물론 생존의 문제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보들을 수집해 나가는 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충분히 그 심정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리는, 우리 중의 누군가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서는 지킬 수 없는 것 또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미디어의 이야기를 들여다봅시다. 저도 아프기 전에는 건강 관련 TV프로그램을 챙겨서 본 적도 없거니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도 건강 이야기가 나오면 그저 머리만 끄덕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아프고나서 TV를 보니,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꽤나 많습니다. 더구나 종편채널과 케이블TV의 도입으로 채널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굉장히 잘 붙들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채널의 내용이 '사실의 전달'보다는 '임팩트'있는 방송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암과 관련된 치료를 몇가지 문장으로 정리해버리거나, 치료방법에 대한 내용조차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자연치유' 혹은 '자연치료법'에 대한 소개가 많아지면서 암에 대한 문제도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이러한 방송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를 전달하면서 실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여다 봅시다. 유독 옆집 아주머니아 지인들 중에는 아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떠한'치료법을 써서 건강을 유지하는 분이 계시거나,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분들이 많죠. 이런분들이 아프기 전에는 별로 없는 것 같더니, 아프고 나니 굉장히 많은 분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분들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칙'이 '치료법'이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그들이 '' 그러한 철칙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저 그들도 암환자였기에 나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나는, 그들과 같은 병을 앓고 있습니까?

 

 암도 종류마다 그 특징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종류마다, 병기마다, 부위에 따라서, 환자의 나이에 따라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그 치료법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만병통치약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만병을 통치하는 치료법도 없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도 생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항암치료를 받고 생존해 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연치료를 하고도 생존해 계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환우 혹은 환우의 가족으로써 반드시 정보에 대한 중립을 지키고 주어진 정보를 선별적으로 택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주어진 정보를 탐색하고 자료를 모아 내 머릿속에 넣을 줄을 알아야 합니다.

 

 부제는 자연치료와 항암 입니다. 하지만 제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이 선택의 문제를 놓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거나 여러분께 판단을 강요하지는 못합니다. 자연치유는 지금까지 크게 알려져 왔던 방법도 아니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치료적인 접근 방법입니다. 이 치료법에 대해서 반드시 암 환우라면, 암 환우의 가족이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항암기술이나 항암제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나의 생명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맹목적인 믿음으로 인해서 지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내 안의 중심을 바로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