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대장암일기

[대장암 일기] 2. 지금부터라도

부모님


 "David, 무슨 일이니"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부모님이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 아버지는 담담한 모습이셨고, 어머니 또한 크게 놀란 모습은 아니셨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죄송스러운 마음 외에는 그 어떤 다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평정심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셨다. 


 "어떻게 된거야! David!"


 어머니의 울음과 고함으로 시작된 울음은 삽시간에 집안 전체를 집어삼켰다. 오로지 아버지만이 홀로 집안이 울음에 삼켜지지 않도록 기둥처럼 가족들을 달래고 달랬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이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주님, 우리 David 좀 살려주세요!! 주님은 능히 못하는 것이 없으신 분이 아니십니까!"


 구구절절히 어머니가 내 손과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의 기도를 하셨다. 내가 아프기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내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죄를 지었으며,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는지 절실히 느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고통의 시간들이 펼쳐질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울며 슬퍼하는 이유. 집안에 웃음이 사라져 버린 이유.


 그것을 바로 '나' 하나 때문이었다.


지푸라기


 부모님과 장모님의 인맥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검사를 다른 곳에서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 조금이라도 더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일단 잡아보고싶은 심정이었다. 여기저기 가족들의 노력끝에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에 연락이 닿았다.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받는 검사결과를 가지고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에 등록을 했다. 진료 예약일 까지는 10일. 10일? 이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죄인인 남편과 아들이 있는 이 가정에. 아들의 암으로 슬퍼하는 부모가 있는 이 가정에. 남편의 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하는 아내가 있는 이 가정에. 10일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그야말로 1시간이 한달, 하루가 1년 같았다. 

 모든 먹거리는 다시 세팅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막아야 한다.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암이 더 나를, 내 아들을, 내 남편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재미없는 건강식은 이때 부터 시작되었다. 각종 채소, 기름기가 있는 모든 음식들은 철저하게 식탁에서 치워졌다. 운동도 시작되었다. 하루에도 두어번 산책을 나갔다. 30분 이상 걸어서 몸을 따뜻하게 해야 나쁜 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 

 나는 말을 잃었다. 염치가 없었다. 

 아내는 그래도 희망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갑자기 시작된 시집살이도 당황스러웠을텐데, 남편이 이렇게 아픈게 화가 날 법도 한데, 아내는 끝없이 희망을 주며 곁을 지켜주었다. 그래서 더욱 염치가 없었다. 결혼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신혼의 단 꿈에 젖어 지난 달에는 태국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아직 그 여행의 추억을 꺼내먹으며 행복해 하고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깨어졌다. 


나때문에.


현실


 "제가 보기에도 대장암 3기가 맞아보입니다. 외과의사와 상의하시고 수술날짜 잡으시죠."

 병원을 옮기면서 가졌던 희망은, 처음의 진단이 맞지 않기를 바랬던 것은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의사선생님들의 경험으로 3기의 진단이 내려졌다. 외과의사 선생님께 받은 진단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이 났고 입원도 당장 하기로 결정이 났다. 수술은 이번 주 목요일. 입원은 내일. 그래도 수술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된 것에 감사했다. 나이가 젊기 때문에 자칫 암 세포가 하루하루 빠르게 자랄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안해 한 우리 가족들과 나를 그나마 안심시켜주었다. 이렇게 평생 입원한번 해 보지 않은 나는 생에 첫 입원을 하게되었다. 입원을 준비하면서 뭘 준비해야하지? 가족중에는 입원치료를 받아 본 사람이 없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아내만큼은 당황하지 않고 남편의 입원준비를 하고있었다. 챙겨야 할 것들과 입원수속 입원 후 해야할 것들이 그녀의 머릿속에는 모두 세팅이 되어있는 듯 했다. 외할머니와 언니의 병수발을 들어봤던 경험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들은 지금부터 아내의 슈퍼우먼급 활약을 감상하게된다.




*입원 준비사항들*

입원을 해 보신분이나, 수술을 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혹시 도움이 되실까봐 제가 아는 한에서 알려드립니다.


(1)거즈

 - 대장암 수술이 아니더라도 복부쪽 수술을 하고 난 환자는 첫 가스가 나올 때 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 물도 마실 수 없으니 굉장히 입이 마릅니다.(물론 수액을 맞기는 합니다만.)

 - 수술 후에 거즈를 물에 뭍혀서 혀를 닦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쿠션

 - 복강경이든 개복술이든, 대장암 수술을 하고나면 똑바로 눕는 것 외에 자세를 바꾸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 팔을 걸칠 수 있는 정도의 약간 높은 쿠션을 가지고있으면 팔에 걸쳐놓기도 쉽고 나중에 자세를 바꿀 수 있을 때 허리쪽에 지탱해 줄 수도 있어서 좋습니다.


(3)슬리퍼

 - 환자가 신발을 신고다니는 것은 힘들겠지요?


(4)물티슈

 - 두 가지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 일반 물티슈와 화장실에서 사용가능한 물티슈.

 - 대장암수술 후에 일반식으로 전환을 하게되면 화장실을 많이 가야하고 수술 전에도 관장을 하는 과정에서 화장실을 많이 가기 때문에 일반 휴지를 사용하면 굉장히 항문이 불편합니다!




<주의사항>

그러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해당 게시글의 무단 배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해당 글을 사용하시려면 반드시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하신점이 있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시면 알려주시면 언제든지 수정, 답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