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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대장암일기

[대장암 일기] 1. 뜻밖의 소식

검사


 "여보, 나 변을 보는데 피가 나와"

 

 2014년 2월,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예약했다. 간혹 술을 많이 마시거나 매운걸 많이 먹으면 다음 날 간혹 혈변을 볼 때가 있었다. 말이 혈변이지 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고, 그냥 진한 빨간색 피를 쌌다고 하는것이 정확할 것 같다. 간혹 있던 일이기에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12월 부터는 횟수가 좀 잦아졌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찜찜했다. 그런 느낌 후에는 반드시 배가 싸르르 아파왔다. 그리고는 피를 봤다. 정확한 증상은 주변사람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고 그냥 혈변을 봤다고만 이야기 했다. 모두들 '치질'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치질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2월 13일, 검사가 시작되었다. 걱정되는 마음은 별로 없었다. 수면내시경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갔다. 생전 처음 하는 내시경검사라서 떨렸던 것 외에는 다른 느낌도 없었고 걱정도 없었다.

 

 "잘 하고 와"

 

 아내가 배웅해 주고, 나는 검사실로 들어가서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환자분, 혹시 집안에 대장쪽에 암이 있으신 분이 계십니까?"

 "아니오, 없습니다."

 "......그럼 집안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나 병이 있으신 분은요?"

 "없는 것 같은데요..."


 언제 마취가 풀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의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불편한 느낌이 항문에 지속되고 있었다. 아직 검사가 다 끝난 것이 아닌가보다. 그리고 잠깐동안 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다시 차려보니, 회복실에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생각보다 정신을 차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혼자 걸어서 옷도 갈아입고 아내가 기다리도 있는 대기실에 도착했다. 아내도 크게 걱정했던 눈치는 아니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에 대기실 의자에서 둘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검사결과는 분명히 며칠 후에 진료예약을 잡고 듣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간호사는 우리 둘을 함께 진료실로 불렀다. 그리고 의사선생님과 마주앉았다. 표정이 좋아보이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크게 심각해 보이지도 않았다. 건강관리를 잘못 했나보다 싶었다. 혼날 각오는 되어있었다.


 "두 분, 잘 들으세요. 검사 결과가 좀 심각합니다."

 "......네......"

 "제 소견으로는 대장암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것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경험상으로 이정도면 3기일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입니다."

 "......"

 "그래도 대장암의 경우에는 생존률도 높은 편이라서 수술을 빨리 하고 치료를 해야합니다. 오늘 가족들하고 상의 하시고 바로 입원해서 수술날짜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맞다. 이런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던 것 같다.

 주인공은 이런 말을 들으면 충격에 빠지던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내 얼굴을 봤다. 아내도 나와 같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오는 동안 아내와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더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떡해..."

 

 아내의 품에서 펑펑 울기시작했다. 내가 울기 시작하니 아내도 자신조차 모르게 참아왔던 그 무엇인가가 터져버렸는지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이 내 울음을 더 키웠고, 그런 내 울음은 또 다시 아내의 울음을 키우기를 반복하며 우리 둘은 울었다. 아무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냥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또 흘렀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저히 아내를 처다 볼 수 없었다. 


 "나 일단 좀 자고 일어날게"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잠자리에 드는 일이었다. 마취는 이미 다 깬 뒤였지만, 그냥 자야될 것 같았다. 완전히 이 몽롱함에서 깨어야 할 것 같았다. 자는 둥 마는 둥 깨어보니 30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아내는 같이 누웠지만 잠이 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여보, 집에 전화좀 해줘"


 아내에게 부모님께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도저히 부모님께 내 입으로 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걱정한 나머지 멀리 여수에 계신 부모님이 올라오시다가 사고라도 날까 염려됐다. 자세한 이야기는 올라오시면 하기로 하고 검사결과가 좋지 않으니 빨리 올라와 달라고 이야기했다. 장모님께도 사실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회사에 연락해서 결과가 좋지 않아 추가 검사가 필요할지 모르니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죄인이 되었다.




*대장암 전조증상*

인터넷 검색을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장암의 전조증상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향후 대장암의 전조증상에 대한 언급도 여러 차례 있을 예정입니다만, 현재까지 제가 느낀 전조증상 몇가지를 적습니다.


(1)혈변

 - 혈변의 경우, 변을 보고 닦았을 때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제 경우에는 '피로 이루어진 변을 보았다'가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 투명한 물에 빨간 잉크가 떨어지는 것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혈변으로 보이는 이 잉크는 물에 퍼지지 않았습니다.

 - 보통 변을 보고 변을 자세히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저와 같은 혈변이 아니라 변에 묻어나는 혈변은 알아차리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변을 보고 나서 확인을 하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복통

 - 식사를 하고 난 후에 배가 싸르르 아팠습니다.

 - 마치 설사를 하고 나서 남은 설사가 남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싸르르 배가 아팠습니다.

 - 대장 안에 암 덩어리가 커져있고, 그 곳으로 변이나 이물질등이 지나갔으니 배가 아픈 것이 당연했겠지요.

 - 복근 운동 후에 같은 증상을 겪었습니다.(복근 운동을 하게 되면 복압이 올라 대장을 압박하는 꼴이니 암이 있는 부위가 아팠겠지요)


(3)염증

 - 흔히 말하는 암의 전조증상 중의 하나로 '염증'이 있습니다.

 - 제 경우 어렸을 때 부러졌던 앞니의 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치료를 받은 바가 있습니다.

 - 지난 뒤에 생각해 보니,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염증이 굉장히 많다고 하셨습니다.

 - 염증을 빼는 데에만 한달 넘게 치료를 받았으니, 염증이 굉장히 많았던 샘이죠.


(4)건강검진

 - 돌이켜보니, 전년도에 받은 건강검진결과에 '혈변증상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라는 결과가 있엇습니다.

 - 당시에는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핑계로 검진을 받지 않았습니다.

 - 작은 불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을 큰 불로 키운 샘이죠.

 - 건강검진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반드시 정밀검진을 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정밀검진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주의사항>

그러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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