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3일.
대장암 3기.
부천 순천향 대학교 병원에서 대장암 3기 의심을 받은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대장암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도 별로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와이프와 장난을 쳐 가면서 웃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대장안 3기 의심 판정을 받고 난 뒤에 무언가가 나를 저 땅 속 어딘가로 끌어내리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 앞에서 터져버린 울음과 아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
어머니께서 제 얼굴을 보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시며 해 주셨던 기도와 울부짖음.
친구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릴 때, 핸드폰 너머로 들리던 그 안타까움.
1년 전 오늘 부터,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 처럼, 너무나도 생생히 제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이 기억들은 제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기억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겠지요.
수술 후 경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3기로 의심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는 2기로 최종 판정 되었습니다.
수술 후에도 고생이 좀 많기는 했지만, 이제 웃으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힘들었던 항암 치료 또한 6개월 동안 잘 견디며 끝냈구요.
아직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가끔 나갈 수 있는 정도로는 회복 되었습니다.
가끔 산책도 하고, 가끔은 여행도 다니며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친구들. 걱정해주었던 선후배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흔한 감기나 몸살이 아니라서 누구에게 속 시원하게 알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소식을 알고도 마음 졸이며 걱정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소식을 접하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잘 지낼 예정이구요.
올 해는 업무에도 조심히 복귀 할 예정이고, 이런 저런 모임에도 나갈 예정입니다.
어느 분이 얼마만큼 알고 계신지를 몰라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얼굴 뵙고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박승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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