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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21. 다짐 다짐 오늘도 어김없이 5시 20분. 핸드폰 알람이 적막한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전, 다급히 일어나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다. ‘후아…’ 복직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1년이 넘도록 잊고 있었던 습관이라 그런지 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가자 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무거운 공기들 몇몇이 뒤를 따라온다. 아내가 깨지 않게 슬그머니 방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켰다. 눈이 너무 부신 탓에 한참 동안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응시하다 고개를 슬쩍 들어본다. 갈아입을 옷을 옷장에서 꺼내와 거실에 툭 던져놓고, 세면대와 샤워기 물을 동시에 틀어 놓는다. 세면대로 흘러나오는 물에 칫솔을 흔들어 물을 묻힌다. 세면대 수도꼭지의 물을 잠그고 양치를 시작한다. 양치를 하며 샤워를 준비하는 것..
[대장암 일기] 19. 자유롭게 여행 혼자 무엇인가 할 수 있을까? 잠시 동안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처해 있는 모든 상황으로부터. 집에 혼자 남겨진 남편을 향한 아내의 걱정으로부터. 매일 끼니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염려로부터. 이번엔 또 무얼 해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사람들의 위로와 다독임으로부터.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 ‘바깥 음식 조금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아.’ ‘혼자 돌아다닐 수 있어.’ ‘더 이상 환자가 아니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야.’ ‘이제 넌 괜찮아.’ 집에 홀로 남아 하루에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말한다. 스스로에게 오기를 부려 한 끼를 굶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자극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어본다. 운동을 걸러보고,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지내본다.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