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일기] 6. 전반전의 끝 아파...너무 아파... '으윽...' 정신이 조금 드는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는다. 안경을 쓰지 않은 탓일까. 아니다. 흐릿한 장면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어둠 속이다. 내가 정신이 약간 들어 있다는 것 외에는 깜깜한 어둠 속이다. 여기가 어딜까. 지금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으윽..." 옆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 나의 마지막 기억이 생각났다. 난 수술실로 들어갔고, 마취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아직 다 세지 못한 숫자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수술이 끝났구나' 현실감이 돌아오는 순간 모든 감각들이 흔들어 놓은 콜라뚜껑을 딴 것 처럼 뿜어져 나왔다. 온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주위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흐릿한 천정이 보이고. 난 이동식 간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 [대장암 일기] 5. 이건 드라마가 아니다 수술 드디어 수술 날 아침이 되었다. 별 다른 걱정 없이 잠든 덕에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술을 집도하시는 의사선생님의 컨디션이 좋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7시 반이 되자 병실이 부산해 지기 시작했다. 수술실로 나를 이동 할 이동식 간이 침대가 병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 다른 설명도 없었고, 별 다른 의료진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의료진이 이동식 간이 침대를 병실 앞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때를 돌아보는 내 기억은 이런 이른 아침을 부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수술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별 걱정이 없다고, 무섭지 않다고 겉.. [대장암 일기] 3. 너무 아프다 역치를 넘어서 대장암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장암 수술을 위한 입원을 결정하는 외래에서 뜻밖의 아픔과 마주하게 되었다. 입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진료를 마치던 그때, 의사선생님은 옆에 있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라고 했다. "뭐지...?" 나는 옆으로 돌아 누워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새우자세로 누웠다. 그리고 뭔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을때,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은 이미 위생장갑을 왼손에 끼우시고 계셨고, 간호사는 친절하게 장갑의 검지와 중지에 로션처럼 보이는 무엇인가를 듬뿍 발라주었다. 의사선생님은 오른손으로 내 왼쪽 엉덩이를 최대한 들어올리고 장갑을 낀 왼손으로, 정확히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내 .. [대장암 일기] 2. 지금부터라도 부모님 "David, 무슨 일이니"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부모님이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 아버지는 담담한 모습이셨고, 어머니 또한 크게 놀란 모습은 아니셨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죄송스러운 마음 외에는 그 어떤 다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평정심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셨다. "어떻게 된거야! David!" 어머니의 울음과 고함으로 시작된 울음은 삽시간에 집안 전체를 집어삼켰다. 오로지 아버지만이 홀로 집안이 울음에 삼켜지지 않도록 기둥처럼 가족들을 달래고 달랬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이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주님, 우리 David 좀 살려주세요!! 주님은 능히 못하는 것이 없으신 분이 아니십니까!" 구구절절히 어머니가 내 손과 아..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