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일기] 11. 창살없는 감옥 창살없는 감옥 스스로를 죄인이라며 우울함 속에 지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족들을 볼 때 마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아픔이 보였다. 아내는 24시간 아픈 남편을 돌보며, 팔자에도 없는 시어머니를 모시며 어디 잘 나가지도 못하는 생활이 불편해 보였다. 어머니는 연고도 없는 이 곳에서 아들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서 힘쓰시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둘 다 가고싶은 곳도 가지 못하고 먹고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에게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나가서 마음 껏 친구들을 만나고 오라고도 했다.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어머니에게도 잠시 내려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바람도 좀 쐬고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들은 아픈 나를 남겨놓고 즐겁지 않다고 .. [대장암 일기] 10. 생각 보다 깊은 곳 끝이 보이지 않아 느낌이야 어찌되었든, 나에게 항암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내가 병원의 주사실을 찾을 때 마다 나보다 많은 양의 항암제 투여를 받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편이라고, 나는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항암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아무리 주사 몇개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는 항암제였지만 후유증이 없지는 않았다. 사흘 정도가 지나자 메스꺼운 느낌이 시작되었다. 굉장히 메스꺼운 이 느낌은 무엇인가 체해서 구토가 나오기 직전의 느낌이었지만 정확히 같지는 않았다. 뭔가 더 화학약품 냄새가 온 몸에 진동하는 듯 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체한 느낌은 구토를 하고나면 없어지거나 나아질 것 이라는 희망적인 느낌이 있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느낌은 한 번 .. [대장암 일기] 9. 다시 터널 속으로 후반전의 시작 퇴원 후 한달 정도가 지나자, 몸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서른 번도 넘게 다녔던 화장실이 열번 내외로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분명히 화장실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깥생활을 자유롭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퇴원 후 한달 정도 후에 외래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 때에 항암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장암 3기로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몸에 남아있을 암세포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항암치료를 받아본 사람도 없고 비슷한 경험을 들은 바가 전혀 없.. [대장암 일기] 8. 식탁과 화장실 참을 수가 없다. 병원에서 퇴원 전에 식사가 시작되었다. 이 식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병원 밥상을 받고 나서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무의식 속에서, 암을 선고 받은 때로부터 가졌던 질문. 내가 다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이 밥상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이유는 나도 모르게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또 드렸다. 아내도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에 흘리는 아내의 눈물이 또 다시 고마웠다. 그리고 수저를 들었다. 미음과 같이 주어진 반찬을 꼭꼭 씹어서 먹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게 음식을 다시 한번 허락하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술 후 식사를 하기 전까지.. [대장암 일기] 7. 아내의 힘 회복 "여보, 잠들면 안돼" 눈을 감으려던 찰나, 아내가 나를 깨운다. 너무 졸린데 아내가 자꾸 날 깨운다. 수술 후 마취에서 풀리고 나면 한동안은 잠들면 안된다. 일정 시간동안은 깨어있는 채로 심호흡 연습을 해야한다. 간호사는 내가 마취중에 자가호흡을 하지 않고 기계로 호흡을 했기 때문에 폐가 팽창되어있지 않고 쭈그러든 풍선같은 상태라고 했다. 때문에 심호흡을 계속 해주어 풍선을 다시 빵빵한 상태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시계는 1시를 조금 넘었다고 알려주고 있었는데, 간호사는 저녁 10시까지는 잠들면 절대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수술 후 염증으로 인한 열도 내려가야한다고 했다. 체온을 몇 시간이고 측정을 했지만 38도에서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