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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6. 괜찮다. 하루 “여보세요.” “……흐흑…”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의 수술이 끝나고 난 뒤부터 전화만 하면 아내는 울기부터 한다. 멀리서 전화로만 안부를 묻고 있는 나에게 아들에 대한 걱정 말고도 아내의 눈물은 또 다른 그 무엇이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져 온다.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부디 힘을 내 주길. 부디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밥은…?” “어, 먹었네. 잘 먹고 있응께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네.” 겨우 대화는 식사안부와 몇 가지 집에서 해야 할 잔 심부름 정도로 끝이 났다. 전화를 끊고 나니,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들 수술이 끝나고 며칠 후에 곧장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너무 오래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아들 곁에서 해 ..
[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5. 괜찮을거야 수술2 아들은 수술을 잘 받고 있을까. 아내와 나 며느리 이렇게 셋은 대기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대기실에 하나 뿐인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수술자 명단에 아직 아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수술하는 환자들의 이름만 반복되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대기실에 사람은 북적북적 해져 가지만, 절대 소란스러워 지지 않는다. 모두 같은 자세로 하릴없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갈 수록 이 곳의 공기가 무거워져 가는 탓인지, 여기저기 작은 한숨소리가 지나간다. 드디어 아들의 이름이 수술자 명단에 올라왔다. 수술이 시작되었나 보다. 이제 세 시간만 아들이 잘 버텨 준다면, 다시 건강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
[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4. 잘 견뎌다오 수술 아들의 수술이 결정되고 입원을 했다. 우리 가족중에 누군가가 이렇게 큰 수술로 입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지금 서울대학교 병원의 한 병실에 모두 모여있다. 수술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며느리가 옆에서 아들 곁을 지키기로 했다. 둘을 남겨놓고 우리는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큰 아이 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이" 손녀딸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이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들과 병실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병실에서 잘 있는 것일까. 수술을 앞두고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녀 딸의 재롱을 보는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다. "휴우......" "한숨 쉬지 마!" 나도 모르게 나온 ..
[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3. 그래도 다행입니다. 불면증 "안녕히 주무세요." 아들내외가 방으로 와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잘 자라니. 지금 이 상화에서 안녕히 잘 잘 수 있을까. 한평 남짓한 공간에, 그마저도 책상과 책장으로 꽉 들어차 아내와 내가 발을 겨우 뻗고 누울 수 있는 이 공간에 아내와 내가 남겨졌다. 이부자리를 펴고 아내와 나는 천정을 바라보고 누웠다. 다행히 우리부부가 누워있는 서재방에 붙어있는 엘리베이터가 오르고 내리는 소리가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가만히 누워 보이지도 않는 천정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어본다. "왜 그랬을까?" "...뭐가...?"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겨우 대답을 한다. "왜, 우리 아들이 아플까?" "......" 괜한 푸념에 아내의 등이 파르르 떨려온다. 누구..
[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2. 대면 준비 진정이 되지 않는 아내의 속을 달래며 다섯 시간이 넘는 운전 끝에 아들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막상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내와 나는 한참을 차 안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아들 내외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또 우리는 어떠한 모습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시동을 끈 차 안은 나와 아내의 숨소리만으로 가득했고, 그 숨소리 조차 조심스러웠다. 나는 아내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21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였지만, 한 없이 바닥으로 꺼져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 후에 며느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얼핏 문을 연 며느리 뒤로 눈에 초점을 잃은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