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 들어서서 취업의 길에 들어서면서 나는 잠시 동안 꿈을 이룬 듯한 착각에 빠져 살았다. 바쁘다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점점 바빠지고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사람들을 돌아볼 수 없을 때, 비로소 나는 남들처럼 바쁘게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모아두었다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불평을 늘어놓기가 무섭게 다른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불평들을 하며 서로를 이해해 주었다. 그러한 술자리가 주는 행복은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늘어놓는 불평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커졌다. 하지만 이것은 행복이 커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불평은 하면 할 수록 늘었다. 현재의 불평에 내성이 생기고 나면 이러한 같은 강도의 불평으로는 아무도 나를 위로해 주지도 않을 뿐더러, 나도 그 정도는 불평한 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햇다. 또한, 나 조차도 다른 이들의 불평이 내 불평과 비교하여 강도가 세지 않으면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 같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느 책의 제목이다.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에세이형식의 책 제목인 이 문구는 곧 젊은 이들 사이에서 당연한 듯한 문구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지금 내가 적어내려가는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문구는 세상의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너희들의 아픔이 당연한 것이라는 메세지로 변질되곤 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문구만으로 청춘이니까 좀 아파도 된다느니, 내가 아픈건 청춘이기때문이라고 당연시 하곤 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꿈과 행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번뇌는 당연한 것이다. 때로는 나의 행복과 꿈을 위해서 포기해야하는 것들도 생기고, 결단이 필요할 시기도 반드시 찾아온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문구에서의 아픔은 이런 고민들을 대변한다. 내가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살아가는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이 어려운 생활고의 아픔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다시 말하면 자신의 꿈을 위한 고민,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결단을 할 수 있으면 곧 청춘이라는 이야기도 되는 셈이다.
당신은 지금 아픈가?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이 아픔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과 내 자신에 대한 불평에 지쳐갈 때 즈음, 이 불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행복에 대해서,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 행복에 대한 고민을 사치로 여기게 되면서 나는 말할 곳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곧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나 또한 나 자신의 생활을 아내와 공유하게 되면서, 다른 이들과 같이 행복에 대한 고민을 사치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은 많아. 난 행복한거야. 그런데 이런 고민을 다시 하는 것은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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