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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13. 함께 혼자가 아니야 누나의 중재 이후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집안 분위기는 의외의 복병에 고전하고 있었다. 우울증 항암한지 두달 째가 되자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머리를 감고 나서 유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에 잡힌 한 움큼의 머리카락에 애써 웃음보이며 드디어 부작용이 시작되었노라고 나 조차 신기해 했다. 그러나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은 점점 불쌍한 아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퇴원 후에 말라버린 몸이 항암으로 식욕이 떨어진 탓에 좀처럼 복구되지 않았다. 그리고 빠져가는 머리. 검게 변하고 있는 내 피부. 게다가 피부는 전부 트기 시작했다. 내 모습 여기저기에 투병중이라고 씌여있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이따금씩 거울을 ..
[대장암 일기] 10. 생각 보다 깊은 곳 끝이 보이지 않아 느낌이야 어찌되었든, 나에게 항암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내가 병원의 주사실을 찾을 때 마다 나보다 많은 양의 항암제 투여를 받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편이라고, 나는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항암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아무리 주사 몇개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는 항암제였지만 후유증이 없지는 않았다. 사흘 정도가 지나자 메스꺼운 느낌이 시작되었다. 굉장히 메스꺼운 이 느낌은 무엇인가 체해서 구토가 나오기 직전의 느낌이었지만 정확히 같지는 않았다. 뭔가 더 화학약품 냄새가 온 몸에 진동하는 듯 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체한 느낌은 구토를 하고나면 없어지거나 나아질 것 이라는 희망적인 느낌이 있는 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느낌은 한 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