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일기] 14. 친구 답답해 병원. 집. 가족. 벌써 몇달 째, 이 세 가지 테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깥 생활을 하기에는 나의 장 상태가 아직은 많이 불안하다. 언제 변의를 느끼게 될 지도 모르고, 가스들은 시도 때도 없이 바깥 탈출을 강하게 요구해댔다. 비단, 이런 수술 후유증들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항암으로 검게 변해버린 피부와 빠져버린 머리때문에라도 어디 나가서 누굴 만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감옥을 벗어나고 싶다. 누군가 찾아와 주었으면, 먼 발걸음이겠지만 달려와서 나를 이 곳에서 꺼내주었으면 좋겠다. 나를 꺼내 주지는 않아도 좋다. 다만, 내 이야기를 들어만 주어도 좋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좋다. 바깥에서 살아가는 너희들의 이야기라도 들려주었으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