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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4. 잘 견뎌다오 수술 아들의 수술이 결정되고 입원을 했다. 우리 가족중에 누군가가 이렇게 큰 수술로 입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지금 서울대학교 병원의 한 병실에 모두 모여있다. 수술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며느리가 옆에서 아들 곁을 지키기로 했다. 둘을 남겨놓고 우리는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큰 아이 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이" 손녀딸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이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들과 병실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병실에서 잘 있는 것일까. 수술을 앞두고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녀 딸의 재롱을 보는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다. "휴우......" "한숨 쉬지 마!" 나도 모르게 나온 ..
[대장암 일기 / 아버지의 일기] 3. 그래도 다행입니다. 불면증 "안녕히 주무세요." 아들내외가 방으로 와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잘 자라니. 지금 이 상화에서 안녕히 잘 잘 수 있을까. 한평 남짓한 공간에, 그마저도 책상과 책장으로 꽉 들어차 아내와 내가 발을 겨우 뻗고 누울 수 있는 이 공간에 아내와 내가 남겨졌다. 이부자리를 펴고 아내와 나는 천정을 바라보고 누웠다. 다행히 우리부부가 누워있는 서재방에 붙어있는 엘리베이터가 오르고 내리는 소리가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가만히 누워 보이지도 않는 천정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뱉어본다. "왜 그랬을까?" "...뭐가...?"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겨우 대답을 한다. "왜, 우리 아들이 아플까?" "......" 괜한 푸념에 아내의 등이 파르르 떨려온다. 누구..
[대장암 일기] 5. 이건 드라마가 아니다 수술 드디어 수술 날 아침이 되었다. 별 다른 걱정 없이 잠든 덕에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술을 집도하시는 의사선생님의 컨디션이 좋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7시 반이 되자 병실이 부산해 지기 시작했다. 수술실로 나를 이동 할 이동식 간이 침대가 병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 다른 설명도 없었고, 별 다른 의료진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의료진이 이동식 간이 침대를 병실 앞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때를 돌아보는 내 기억은 이런 이른 아침을 부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수술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별 걱정이 없다고, 무섭지 않다고 겉..